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기획이 엎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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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 게임을 기획할 때 제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장르가 가진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분위기만 가져와 합쳤다는 점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Brotato + The Exit 8 조합이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두 장르가 무엇을 중심으로 굴러가는지 제대로 분석을 안 했고,
그 결합 후의 구조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돌아보면,
“판단을 잘못하면 진행도가 0으로 떨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도
그걸 왜 그렇게 설계했는지 정작 제가 모르는 상태로 개발을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저한테도 8번 출구 현상이 그대로 일어난 셈입니다.
기존 계획
Brotato처럼 캐주얼 자동 전투 액션 로그라이크 위에 Exit 8의 판단·관찰·심리 공포 요소를 얹어보자는 시도였습니다.
더 이블 위딘처럼 공포 게임 안에 전투가 들어가거나, Deep Rock Galactic처럼 액션인데 미션 수행 실패 시 자원을 잃는 구조처럼, 장르를 뒤섞는 게임들은 많이 존재하니까 “나도 액션 로그라이크에 판단 요소 넣으면 되겠지” 정도로 접근했던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겉보기로는 말이 돼 보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둘을 왜 섞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가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의 게임 구조
- 정비 구간
- 전투 구간
이 두 구간이 하나의 맵 안에서 존재했고,
전투 구간에서는 이상 현상 파악 → 판단 → 5시/7시 방향 트리거 이동 → 진행도 증가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진행도는 12까지 있고, 잘못 판단하면 바로 1로 리셋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적은 강해지고, 전투를 통해 골드를 벌어 강화하지 않으면 전투 구간에 나가자마자 죽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연스럽게
“이 게임은 결국 전투 중심 게임이다.”
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피드백 결과
현업 기획자들과 개발자들에게 받은 피드백은 매우 명확했습니다.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진행’을 결정하는 요소가 게임의 코어다.
이 기준으로 보면:
- 진행도를 결정하는 건 전투가 아니라 판단이었습니다.
- 전투는 실패해도 다시 하면 되지만
- 판단을 한 번 틀리면 진행도가 1로 떨어져 게임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즉, 제가 의도하든 말든
이 게임은 판단 게임이었고, 전투는 판단 사이에 끼어 있는 부수 요소였습니다.
이 구조는 체스 복싱의 문제와 비슷했습니다.
체스와 복싱 둘 다 해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둘 중 하나만 좋아하는 유저에게는 부담이 큽니다.
제 게임도 “판단 + 전투를 둘 다 좋아해야만” 진행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일반 유저에게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처음 잡은 방향은 너무 니치했고, 장르 결합의 난이도도 과하게 높았습니다.

기획 변경
피드백을 수용해 판단 요소의 역할을 다시 정의했고,
게임의 중심을 확실히 전투로 돌리는 방향으로 조정했습니다.
기존 흐름
새 흐름
즉,
- 전투는 중심
- 관찰은 보조 감지
- 판단은 전투 난이도에 영향을 주는 장치
- 정비는 다음 루프 준비
이렇게 재정비했습니다.
판단에 성공하면 전투가 조금 더 유리해지고,
판단에 실패하면 전투 난이도가 올라가는 식으로 바꾸었습니다.
게임을 진행시키는 힘은 전투가 가지도록 구조를 재배치한 것입니다.
5. 왜 이 방향이 더 합리적이라고 느끼는가
전투 중심 게임이라면 흐름이 끊기지 않아야 합니다.
여기에 판단을 “전투를 흔드는 변수”로 넣어주는 것이
오히려 두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같이 작동하게 만듭니다.
정리하면:
- 전투는 리듬 유지
- 관찰은 위험 감지
- 판단은 리스크 관리
- 정비는 리듬 재정립
이 네 가지가 자연스럽게 순환해야
장르를 억지로 합치는 느낌이 아니라
이 게임이라면 그래야 한다라는 공통 리듬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 부분을 명확하게 이해한 것이
오늘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6. 오늘의 결론
- 장르 결합을 분위기 수준에서만 접근해서 구조적 충돌이 생겼습니다.
- 진행도 시스템이 판단에 과도하게 의존해 게임 코어가 왜곡되었습니다.
- 판단 요소를 축소하고 전투 중심 루프로 재정립
- 판단은 전투 난이도를 조절하는 역할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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